10 골번 양공장 취업, 세컨비자 취득 양공장 정보

호주 시드니와 캔버라 사이에 위치한 골번(Goulburn)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나의 첫 워킹홀리데이 삶의 첫 페이지는 시작되었다. 호주에 1년을 더 머물 수 있는 워킹홀리데이 세컨드 비자를 먼저 얻기 위해 에이전시를 통해서 육가공 양 도축공장에 취업했다. 나는 동물들을 엄청나게 좋아하고, 특히 양은 평소에 많이 접하는 동물이 아니라서 사실 망설여지기도 하였다.

'내가 태어나 여태까지 살면서 이런 일을 해볼 줄이야..." 살면서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을 나는 나 스스로 선택하였고 결정하였다. 물론 그 배경에는 나의 워킹홀리데이에 대한 나의 확고한 목표 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그렇게 정신없이 이른 새벽 첫 출근길에 오른다. 출근하는 길에 곧 유명을 달리할 양 떼들을 보면서 안쓰럽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문득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는 평소에 양꼬치, 양갈비 등 양고기를 엄청나게 즐겨 먹고 좋아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좋아하는 양고기가 될 양들을 보며 안쓰러운 마음을 갖는 내 모습은 양심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보면 사실 인간들이 제일 잔인한 것 같다.

양공장은 대표적으로 소위 킬룸, 오팔룸, 보닝룸, 램룸 이렇게 불리는 4개의 룸으로 나누어져 있고, 이에 따라서 안전헬멧 색깔도 다르다. 사실 정확한 룸 명칭은 따로 있는데 이제는 고유명사처럼 굳어졌다. 킬룸부터 순서대로 램룸까지 양이 이동하는 순서대로라고 이해하면 된다. 처음 시작하는 킬룸은 살아있는 양이 죽음을 맞이하여 분해되는 방이고, 마지막인 램룸은 냉동고같이 추운 곳에서 상품화되어 포장되는 방이다. 


첫 출근을 하고 나면 이제 보직이 정해진다. 곧 자기가 어떤 룸에서 일하게 될지 정해지는 것이다. 이것은 사측에서 랜덤으로 배정하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보직을 받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처음 경험하고 아직 양공장에 내가 일해야 한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한 나는, 나에게 주어진 운명을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그렇게 해서 나는 '오팔룸'에 배정되었다. 오팔룸은 이미 경력자들 사이에서 일명 '똥방'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똥.....똥.....똥방...?'

오팔룸 (Offal Room) 사전에 검색하면 이렇게 나온다. 

(음식의 재료에 사용되는 동물의) 폐물


설마설마했던 오팔룸은 진짜 말 그대로 '똥방'이었다. 킬룸에서 보내주는 대장과 소장을 다루는 파트다. 그렇다 보니 비위가 약한 친구들은 적응을 못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남성 위주로 배치된다. 그리고 이곳은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룸에 비해서 인원수가 적다. 

오팔룸은 총 2개의 방으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대장, 다른 하나는 소장을 손질한다. 나는 소장을 다루는 방에 배정이 되었다. 똥방중에서도 확실한 똥방에 걸린 셈이다.킬룸에서 내장을 분리하면 각각의 룸으로 보낸다. 즉 소장을 우리의 작업장으로 보낸다. 우리에게 들어온 소장은 이제 우리 손을 거쳐서 상품화된다.


먼저 소장에 붙어있는 폐기해야 하는 파트를 분리해서 버리고, 소장 안의 오물을 제거하기 위해 연결부를 뜯어주고 기계에 꼽아 넣어준다. 그러면 기계가 롤링하면서 꼬불꼬불했던 장이 쭉 기계 안으로 들어가면서 내장안의 오물이 제거되고 그다음 물로 세척이 되어 나온다. 그러면 그렇게 나온 장을 20가닥씩 모아서 하나의 묶음으로 만들고, 여러 묶음을 비닐에 넣고, 박스 포장을 하여 다음 공정으로 넘기는 것까지가 우리가 할 일이다.    

총 2개의 라인이 있고 인원은 4~5명으로 소수이다 보니 팀워크가 굉장히 중요하다. 한국인은 나 혼자였고 나와 같이 일했던 친구들의 국적은 호주,콩고,인도네시아 등 한국인이 없고 소수로 일 하는것에 매우 만족을 느꼈지만 아무래도 오물을 많이 접해야 하는 작업을 하는 측면이 더 불편하긴 하였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다' 이내 적응하였고 사실 양은 초식동물이라 오물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 냄새가 지독하지도 않고, 색깔 또한 더러워 보이지도 않았다. 단지 노하우가 쌓이기 전까지 미숙한 자세로 반복 작업을 하다 보니 손목이 살짝 아팠을 뿐이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 숙련도도 쌓이고, 소수로 일하다 보니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도 친해졌다. 자연스럽게 일터는 나의 영어 듣기와 말하기를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돈을 벌면서, 세컨드 비자도 얻고, 리스닝과 스피킹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너무 좋은 배움의 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실제 작업환경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아무래도 신선도가 중요한 상품을 다루다 보니 다른 작업장들은 기온이 낮아서 상당히 춥다. 킬룸은 너무 덥고, 보닝룸, 램룸은 거의 냉장고와 냉동고 수준으로 방한용품이 필요하다. 하지만 오팔룸은 반팔입고 일하면 딱 좋은 기온으로 제일 좋다.   


가끔 작업이 너무 미숙한 친구들은 수퍼바이져가 다른 룸으로 보내버리는 경우가 있어서 나는 이 작업구역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일을 더 열심히 하였고, '오팔룸 에이스'라는 칭호를 받으면서 마치 이곳의 팀장처럼 동료들을 끌어내 갔다. 더불어 나는 한국에서의 사회생활을 경험으로 수퍼바이저의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며 가끔 장난도 걸면서 친근감 있게 다가갔다. 이 모든 것은 제한된 환경에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내가 조금 더 원하는 환경으로 활용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삶이 항상 좋은 일만 생기는 것이 아니듯이 그것의 좋고 그름은 나 자신의 견해차라고 믿는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내가 참 좋아하는 말이다.

나는 주어진 환경에서의 최대 효과를 발휘하면 그곳이 어디든 나는 멈추지 않고 목표를 향해가고 있다고 확신한다. 긍정적 마인드는 나의 두뇌 회전을 가속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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