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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양공장 비수기(셧다운) 시즌

이제 공장 일도 손에 익어 나름의 노하우가 생겨서 그렇게 어렵지 않고 골번 라이프도 어느 정도 적응하여 본격적으로 안정적인 외국인 노동자(?)가 된 기분이 들 무렵, 갑자기 셧다운( Shutdown) 이라고 내일부터 다음 주부터 격주로 출근하라고 한다. 나에게만 해당 되는 게 아니고, 공장 전체가 격주로 가동한다는 뜻이다. 워홀러 사이에서 여기저기 볼멘소리가 들려온다. 뭐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당연한 상황이다.  셧다운 (Shutdown) 기간 = 공장 비가동 기간 : 겨울철 소나 양의 개체수가 부족 및 단가 상승 등의 사유로 인하여 공장을 비가동하는 기간 겨울철에 양 공장은 거의 셧다운 기간이 있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재료비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의 이유가 가장 크다. 상품을 만들어 파는데 재료비가 너무 올라서 차 떼고 포 떼면 남는 것이 없는데 굳이 상품을 만들 이유가 있는가? 잠시 생산 중단하는 것이 오히려 비용을 세이브하는 측면이 이득인 것이다.  셧다운 기간이나 횟수는 공장의 여건과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르다. 공장 입장에서는 저렴한 양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에 따라  격일 생산 or 격주 생산 or 1~2주 비가동 등 셧다운 기간을 공장이 결정한다. 워홀러 입장에서는 상상하지 못한 셧다운으로 자금계획 및 비자계획이 틀어지고 강제로 집에서 쉬거나 여행을 가서 소비를 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에 악재다. 예를 들어 일주일간 셧다운하면, 그 한주 수입은 "$0"이며, 한 주동안 의식주 비용이 발생한다. 집에서 하루종일 숨만 쉬고 있어도 식사하고, 하우스 렌트(쉐어)비용이 지출되기 때문에 손해가 막심하다는 말이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세컨드 비자를 채우기 위한 근무일수도 제외되기 때문에 단편적으로는 워홀러에게 손실 뿐인 기간이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여행이 있다.  내 입장에서는 열심히 돈을 모으고 마침 여행을 가려고 계획했던 참이라,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었...

08 호주 시드니 도착, 첫날밤

필리핀 마닐라에서 호주 시드니까지 직항편을 타고 호주 이른 저녁 시간에 도착했다. 장시간 비행에 몸은 다소 피곤하였지만 습하고 꿉꿉한 냄새 속에 적응되어 살다가 호주에 도착하니 숨이 트이면서 기분은 상쾌했다.


한국에서 출국하기 전에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면서 워킹홀리데이를 어떻게 보낼 것이며, 초기 정착을 어디에서 해야 할지 많이 고민했다. 이러한 고민 속에서 가장 중점을 둔 점은 "시간"이었다. 나는 늦은 나이에 힘들게 워킹홀리데이를 결정한 만큼 시간은 나에게 있어서 '금'과 같았다. 

특히 지식도 정보도 짧은 초기 정착기에 이런저런 실수도 잦을 것이고 가장 많은 시간적 손실이 예상되었다. 나는 이러한 문제 요소를 제거하기 위하여 호주에 도착하면 어디에서 어떻게 초기 정착을 할 것인지 미리 계획을 만들었다.

그리고 추가로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1년이라는 기간의 제한이 있는 비자이다. 여러 가지 시행착오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소모되는 시간에 쫓겨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때문에 잠재적 기회비용을 박탈당하고 싶지 않았다. 호주 워킹홀리데이에 내 인생의 황금기를 투자하는데 제한된 기한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시도조차 하지도 못하는 불상사는 절대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을 해소하기 위해서 나는 워킹홀리데이 세컨드 비자를 먼저 취득하기로 했다. "세컨드 비자(세컨드 비자)"는 말 그대로 2번째 워킹홀리데이 비자이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1년간 연장 혹은 추가로 활용할 수 있다. 세컨드 비자는 호주 정부에서 지정한 일자리에서 총 3개월(88일) 이상 풀타임으로 일하면 세컨드 비자를 신청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질 수 있다. 농장 혹은 공장, 조금 더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국가의 생산성 향상 및 의식주에 꼭 필요하지만 일손이 부족한 농축산업, 광업, 양식업 등의 일자리에 외국인을 보충하여 활용하고 비자를 발급해주는 것이다. 고로 나는 비자를 볼모로 외국인 노동자가 되는 것이다.

이 모든 상황을 고려하여 나는 세컨드 비자를 취득할 수 있는 양공장 일자리를 이미 구하고 호주에 왔다. 일하면서 세컨드 비자 취득 조건을 갖춰 최종적으로 호주에 거주 가능한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고, 수입도 창출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동시에 호주에 적응하는 적응기도 가지고, 이 모든 것을 한 방에 해결 할 수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봐도 아주 좋은 방법이다.



호주 시드니 공항에 도착하여 트레인을 타고 시드니 시티에서 중학교 동창인 호주 시민권자 친구를 만났다. 미리 구해놓은 일자리는 3일 뒤에 처음 출근하기로 계획되어 있기 때문에 그동안 시민권자 친구에게 신세를 지기로 하였다. 첫날부터 빠르게 짐을 풀고 시드니 시티로 나간다. 

서울의 한강공원 느낌의 달링하버를 구경하고, 꿈속에서 보았던 호주 랜드마크 오페라하우스를 등지고 있는 야외 펍(Pub)에서 여유롭게 퓨어블론드(Pure Blonde)라는 호주 맥주를 처음으로 들이켰다. 그렇게 나의 호주에서의 첫날은 알코올과 함께 이야기보따리를 풀며 평소에 느껴보지 못한 자유로움을 만끽하였다.



"기분이 좋다! 무언가에 얽매여 있지 않은 지금의 이 느낌이 뭔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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