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호주 워킹홀리데이 시작, 호주 초기 정착

새로운 나라에 왔으니 이 나라의 의식주 생활에 하루빨리 적응해야 한다. 사실 이러한 적응기는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해결된다. 우리나라와 자동차 진행 방향이 다른 문제에서 오는 가장 중요한 교통법규부터 물가, 집 구하는 법, 예절, 교통수단 이용 방법 등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내가 새로 알아야 하고 새로이 적응해야 하는 것들이다. 만약에 우리가 지금 당장 낯선 나라에 뚝 떨어진다면 아마도 본능적으로 제일 먼저 우리도 모르게 스스로 적응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나는 이 모든 것들을 다 알기도 전에 취업부터 했다. 나는 심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지 않았을뿐더러 천천히 집을 구하고 정착하면서 적응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사전에 수소문하고 소개의 소개를 받아 이미 취업 인터뷰를 잡아둔 상태에서 호주에 입국했다.

내가 잡은 일자리는 호주 골번(
Goulburn) 소재의 양고기 육가공 도축공장이고 세컨드 비자 자격조건을 갖출 수 있는 공장이다. 내가 이 공장을 선택한 이유는 우선 에이전시에 소개료를 납부하면 바로 취업이 확정되기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느라고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시간을 아낄 수 있다. 그리고 시드니에서 제일 가까운 공장(세컨드 비자 인증조건)이다. 비상시를 대비해 지인이 거주하는 시드니 근교에서 초기 정착하고 싶었다.


마침 운이 좋게도 지인의 후배가 아직도 공장에서 일하고 있어서, 그 후배를 소개받아, 초기 정착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시드니에서 시민권자 친구와 3일간의 즐거운 나날들을 보내고 마침내 호주 동부의 '골번(Goulburn)'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나의 첫 호주 생활은 시작되었다. 시드니에서 골번은 차로는 약 2.5시간, 트레인으로는 3시간 걸린다. 골번 초입구에는 커다란 양동상이 있다. 아마도 골번은 양으로 유명한가보다. 


골번이라는 곳은 정보가 너무 없어서 미리 집을 구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에이전시를 통해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쉐어하우스 소개받아 입주하게 되었다. 100년이 넘은 낡아빠진 나무로 만든 집에, 걸을 때마다 "삐걱-삐걱-" 5평 남짓한 방에 메트릭스 3개가 놓여있었는데 그중의 하나가 내 자리다. 이 집에는 방 3개에 8명이 살고 있는데 화장실은 복도 끝에 1개, 주방도 1개다. 내 인생에 최악의 거주지였다. 차라리 영화 기생충의 지하 방이 더 부러울 정도였다. 이런 곳을 추천해준 에이전시가 원망스러웠지만,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골번에는 집 구하기가 엄청 힘들다는 것을 말이다. 매트릭스 중심으로 가상의 1m 반경이 나의 구역이라고 혼자 생각하고 짐을 풀면서 생각했다. 
'빨리 적응하고 이사부터 하자'
남들과 같은 집에서 함께 사는걸 "쉐어하우스"라고 말한다. 집을 공유한다는 의미이다. 나는 이미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남들과 함께 살아본 경험이 있었기에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공장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큐피버(Q-fever)라는 항바이러스 백신을 맞으면 이제 출근 준비는 끝났다.

거주지부터 공장까지는 7km 정도 되고 보통 이렇게 호주 소도시의 교통수단은 전무한 곳이 많다. 버스는 운행 간격 시간이 길어 구경하기도 힘들고, 오직 택시밖에 없다고 봐도 된다. 하지만 택시의 수도 많지 않기 때문에 택시 또한 구경하기도 쉽지 않다. 한국의 교통은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인 거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자차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은 단연 인기가 많다. 이러한 친구들에게 접근해서 자리 하나 얻기도 쉽지는 않다. 왜냐하면 이미 고정적으로 출근하는 멤버들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우선 같은 건물에 거주하는 친구들하고 먼저 친해져야 했다. 함께 출근하기 가장 용이하고 그들도 나를 태워 가는데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같이 출근하는 행위를 "오일쉐어"라고 칭한다. 탑승자들은 일주일에 $15~$25씩 드라이버에게 준다. 사실 쉐어비용은 드라이버가 부르는 게 값이지만, 금액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를 출근시켜 줄 차가 있느냐 없느냐이기 때문에 돈이 얼마든 우선 빠르게 잡고 봐야 한다. 출근을 해야 돈을 벌 수 있고, 드라이버는 '갑'이고 탑승자는 '을'이기 때문이다.

'빨리 적응하고 이사부터 하고, 그다음 차를 사야겠다!'
골번에 안착한 지 하루밖에 안 되었지만 벌써 두 개의 목표가 생겼다. 그렇게 나의 골번에서의 첫날밤은 시끌벅적하게 저물었다. 내일부터는 세상에 태어나 처음 해보는 경험을 해야 한다.

"항상 그러했듯이, 한번 재밌게 잘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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