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필리핀 스파르타 어학원 영어회화과정 (늙은이 입학생)

필리핀 바기오의 정통 스파르타 어학원으로 유명한 "헬프 어학원"에 입학하였다.


늦은밤에 필리핀 마닐라 국제공항에 입국하여 어학원의 픽업 버스를 타고 자면서 5~6시간 이동하였다. 어학원은 거의 산꼭대기에 있고 버스에서 내리니 다음날 오전 6시쯤이 되었다. 앞으로 2개월간 지낼 나의 숙소를 배정받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다.
입학 동기들이 수가 유난히 많았지만 내 나이는 위에서 3번째인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늙은이 입학생이었다. 어린 친구들과 함께 공부한다는 것이 설레기도 하였지만 나잇값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함께 있었다. 그렇게 나의 호주 워킹홀리데이 일정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필리핀은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하다 보니 선생님의 수가 많다. 물론 선생님이 많다고 해서 다 학습의 질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선생님 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선생님 1명당 관리해야 하는 학생 수가 적기 때문에 선생님과 학생의 거리가 좁혀진다고 생각한다.

나는 강제적인 스파르타식에 점점 빠져들어서 금세 적응하였다.
기본적인 커리큘럼 구성은 일대일 수업, 그룹수업(4인 이하), 의무자율학습으로 구성된다. 처음에는 선택권은 없고 어학원에서 이미 만들어진 시간표에 따라 움직인다.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고 가장 유익하다고 느끼는 수업은 일대일 수업이다. 대학교처럼 쉬는 시간에 각 선생님의 교실로 가는 형태다

일대일 수업은 강제로 대화를 할 수밖에 없는 좁은 교실에서 진행된다. 기본적으로 교재의 진도를 나가는 일반적인 수업인데, 선생과 친해지면 교재 비중 도를 줄이고 프리토킹으로 수업하기도 하고 영어 회화를 기본으로 둔 자율적인 수업이 가능하다. 마치 어렸을 적의 과외선생님과 수업 시간에 몰래 놀았던 것과 다를 것 없다. 단지 선생이 외국인으로 바뀐 것뿐 똑같다. 물론 선생님의 성향에 따라 이러한 자유도는 결여될 수 있다.
나는 적극적으로 일대일 수업의 주도권을 잡았다. 모든 일대일 수업 선생님들과 협의하여 모두 프리토킹 베이스로 바꿔버렸다. 나는 지금 호주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어회화이기 때문이다.

그룹수업은 3명~4명 정도의 학생과 선생님 1명으로 구성된 수업이다. 여러 가지 그룹을 만들어서 진행할 수 있는 수업으로 구성되고 함께 토론 및 액티비티한 수업을 받는다. 여기서 학생들의 성격이 나온다. 소극적인 친구들은 부끄러움에 말수가 적고 적극적인 학생들인 그룹수업을 좋아한다. 나는 그룹수업 시간이 재밌었다.

스파르타식 어학원은 의무자율학습을 진행한다. 자율학습 시간에 오늘 배운 것을 복습하거나 과제를 한다. 그리고 거의 매일 밤 단어 및 패턴 시험 치른다

시험 결과는 다음날 공표하여 학생들이 서로 확인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어떤 친구들에게는 이러한 점이 너무 경쟁을 부추긴다고 생각할 수 있고 반면에 더욱더 동기유발을 시킬 수 있는 촉진제 역할이 될 수도 있다.


대학교 시간표처럼 짜인 시간표 안에 공강이 존재한다. 공강 시간에는 자유롭게 보낼 수 있다. 

숙소에서 낮잠을 자는 친구들, 같은 공강인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친구, 간식을 먹는 친구 학원이라는 공간 안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낸다. 나는 주로 동기들과 간식을 먹거나 야외에서 혼자 숙제나 자습하곤 했다. 그 이유는 명확했다. 밤마다 단어 및 숙어 시험을 치르는데 매번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못 받아서 매번 나 스스로 실망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야외에서 산바람 맞으면서 공부하는 기분이 상쾌하고 힐링이 되었다. 그렇다고 이곳에 평생 살고 싶지 않지만, 어차피 한정된 공간 안에서 정해진 시간을 자연과 함께 속세의 고민 없이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하다고 자기최면을 걸었다.



즐겁게 공부하다 보니 어느새 동기들이 나를 따르기 시작하며 군대를 생각하고 입학했던 내 상상과 달리, 즐거운 영어 캠프가 되었다. 주말만 되면 여행을 가거나, 함께 외출하여 추억을 만들었다. 이와 더불어 서로 시너지 작용을 하여 공부를 할 땐 하고 접고 놀 땐 정말 즐겁게 노는 라이프가 되었다. 그렇게 나는 젊은 친구들의 수혈받고 후회 없이 즐겁고 유익한 나날들을 보냈다.

스파르타 어학원에 대해서 나는 긍정적이다. 자기 것을 버리고 그냥 받아들인다면 어느 정도의 성과는 분명히 나온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목표가 확고해야 한다.
또한 여러 명이 어학원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기 때문에 사회성을 기르는 데도 좋은 연습의 장이 될 수 있다.

스파르타 어학원은 한번 낙오하면 끝이다. 절대 포기하지 않으면 빛을 볼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게 나의 2개월은 걱정으로 시작되었지만, 사랑과 행복한 기억으로 가득 채웠다.

"이제는 한장의 행복한 추억으로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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